넌 여기서 침이나 흘리며 잠이나 쿨쿨 자는데 넌 약아빠졌거나 모자라거나 둘 중 하나야 거슬려. 괘씸하다고. 지금도 봐라. 눈이나 동그랗게 뜨고. 넌 내가 얼마나
뜨겁다 (산이 손이. 덕임이 얼굴 사이즈) 아니 대체 언제부터. 괜찮습니다. 전하 전하께서는 강인하신 분이지요. 그러니 괜찮으실 것이옵니다
누가 아픈 사람에게 손댄다 하더냐
신첩은 정말 괜찮습니다. 임금이라도 괜찮지 않으셨겠지요. 임금이시기에 더 괜찮지 않으셨겠죠. 난, 괜찮다. 견딜 수 있어. 견디어야만 하고 봄이 되면 다시 꽃이 피겠지요. 다시 필 것이옵니다. 언젠가. 반드시. 그때가 되면. 모든 게 다시 괜찮아지겠지요 전하와 함께 꽃을 구경하고 싶습니다. 전하께서 아직 동궁이시고 제가 궁녀였던 시절처럼 모든 게 다 괜찮았던 그 여름날처럼.
내가 잘못했다. 덕임아 덕임아. 나는 너를 더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. 그저 잊은 척에 불과하더라도 상관없다. 너를 잊을 것이다. 임금이다.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. 의무를 다할 것이다. 평생 그리 살아왔고, 앞으로도 그리 살아갈 것이다 나는 너를 잊을 것이다. 내 빈이다. 내 사람이야.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내 것이고 절대 다른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아.
홀로 있는 시간이 늘어날 때마다 자꾸만 마음속으로 셈을 해보게 된다. 이곳에서 난 무엇을 얻었을까. 무엇을 잃었을까.
정말로? 이제부터 늘 내 곁에 있어라. 넌 내 것이니까. 예. 전 전하의 것이지요. 전하께서는 결국 제 것이 되실 수 없고.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. 왜 그러시옵니까. 꼭 달아날 궁리를 하는 사람 같아.
넌 하루 종일 뭘 했느냐 별 다른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. '그저 이곳에 앉아 하루 종일 전하를 기다리는 일. 그게 제 일입니다.' 이러고 있으니 좋구나. 제 무릎이 고생을 하니 전하께선 편하시군요. 왜 웃으십니까. 좋아서. 농땡이를 치니 좋다 그말이다. (크롭) 영원히 이리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.
두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 명했을텐데. 참 아무렇지도 않게. 임금의 명을 어겨. 허긴 넌 도통 날 무서워하지 않지
그게 다 전하의 배려였다고 생각하니 왠지 더 비참한 기분이 들어요.
월혜 난 뭐 내 맘대로 뭐 좀 하면 안돼? 어린시절 옆집 살던 동생 하나 살려주면 안되나?
해보신 적은 있으시옵니까 어릴 때 몇 번 정도. 소인이 전하의 돌을 골라왔습니다. 됐으니 물러가있게
탕약 들고 기다리는 덕임이 그냥 놓고가라는 산. (내가 다 서운)
생각해. 뭘 해야 할지. 할 수 있는게 있어. 분명히.
네 아비 같은 인간이 돼선 아니 돼. 이놈아
저하. 저하의 눈이 왕방울같이 보이옵니다
자네 궁금하지 않나? 누가 신호연을 날려 날 구한 것인지. 이 사람이네. 깨어날 때까지 지켜주겠다 약조했어.